[법률과 실무 사이에서] 상담은 정답이 아니라 질문을 함께 찾는 과정입니다
요즘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변호사님, 이건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나요?”
그리고 그 말의 끝에는 늘 약간의 머뭇거림이 있습니다. 계약서를 들고 온 실무자, 이해관계가 얽힌 감정 절차를 앞둔 건축가, 내부고발의 문턱 앞에서 망설이는 임직원들. 그들은 ‘법률 자문’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판단의 근거’를 찾고 싶어 합니다. 그 근거는 조문에만 있지 않습니다. 실무의 현실, 조직의 구조, 말하지 못한 맥락들 속에 숨어 있습니다.
저는 설계현장의 끝과 법정의 입구를 모두 거쳐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들을 때마다, 단지 “이건 위법입니다”라고 말하기보다는 “그 선택이 당신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를 생각해 보셨나요?”라고 되묻고 싶어집니다. 상담은 답을 주는 일이 아니라, 질문을 함께 찾아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법령 해석을 넘어, 계약 구조의 설계, 조직 내 보고 방식, 리스크 완충 장치의 설정 등 보다 입체적인 자문을 요청받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가령 설계용역 계약서를 검토하다 보면, 당장의 문구 수정보다도 그 문구가 실무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어떤 책임 흐름으로 이어지는지를 먼저 설명드리게 됩니다. 그러면 상대방도 “이건 그냥 도장 찍기 전에 점검해야 할 문제였군요”라고 납득합니다. 그 순간이 바로, 제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입니다.
자문이라는 일은, ‘몰랐으면 그대로 지나갔을 뻔한 일’을 말로 붙잡아 두는 일입니다. 그 일이 계약일 수도 있고, 회의 한 줄일 수도 있고, 어느 날 받은 메일 한 통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나중에 누군가를 지키는 장치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계속 쓰고, 듣고, 조언합니다. 건축과 법 사이의 작은 틈을 메우기 위해서, 그리고 판단의 고독 앞에서 누군가에게 조용히 ‘이 방향도 있습니다’라고 말해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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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3.
변호사 | 건축사
이 규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