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과 실무 사이에서] 더 늦기 전에 묻는 습관
“계약서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이미 체결해버렸습니다.”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죠. 그땐 급했거든요.”
실무자들이 법률 자문을 요청할 때 자주 덧붙이는 말입니다.
‘그때는’ 너무 급했고,
‘지금은’ 이미 늦은 것 같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자문은 그때에도, 지금에도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흐름의 어디에서 개입하느냐에 따라,
자문은 ‘사후 대처’가 되기도 하고 ‘사전 설계’가 되기도 합니다.
계약서 초안을 처음 받았을 때,
감정 신청이 제기되기 전 첫 갈등이 발생했을 때,
내가 결재를 해야 할 문서가 어딘가 불편하게 느껴졌을 때.
바로 그 순간이 ‘조기에 물어야 할 타이밍’입니다.
조기에 자문을 받으면 법적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건 이제 흔한 이야기입니다.
더 중요한 건, 자문을 통해 실무의 흐름 자체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가령 어느 회사는 계약서에 익숙한 구조를 반복해 쓰다 보니, 항상 나중에 비슷한 리스크를 되풀이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 계약 초안 단계에서 구조적 위험을 지적받고 난 이후부터는, 책임의 귀속과 검토 프로세스를 완전히 재설계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나중에 생겼을지도 모를 분쟁의 상당수가 사라졌습니다.
법률 자문은 ‘지금 이게 맞는지’만을 묻는 도구가 아닙니다.
‘지금 이 방향이 나중에도 유효할지’를 점검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아직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을 때’ 함께 질문을 만들어가는 자리를 더 많이 가졌으면 합니다. 이미 진행 중인 일은 당연히 도와드리지만, 진행되기 직전의 질문은, 흐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법은 현실의 끝자락에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설계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설계는,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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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5.
변호사 | 건축사
이 규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