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이름] ‘프로’라는 말에 가려진 자기 착취
프로잖아요.
그 말은 대체 언제부터 칭찬이 아니라, 의무처럼 느껴지게 되었을까요. 프로라는 말이 나를 지켜주는 말이 아니라,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만드는 명분이 되어버린 건 어느 순간부터였습니다.
설계사무소에 있을 때, 저는 ‘말을 아끼는 사람’이었습니다. 사실은 일정이 무리였고, 도면을 다시 그리는 이유도 납득되지 않았지만, 말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프로’였기 때문입니다. 프로는 투덜대지 않고, 묵묵히 감당하며, 불만 대신 결과로 말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프로’라는 말 아래에서 저는 조금씩 침묵을 배워갔습니다.********
변호사가 된 이후에도 그 생각은 이어졌습니다. 데드라인이 촉박해도, 나만 바라보고 있을 직원들이 떠올라 조심스러웠습니다. 한밤중에 오는 요청에도, “지금은 상황이 급해서…”라는 말 앞에서는 늘 조용히 메일을 열었습니다. 저는 또 침묵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프로페셔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득, 그 단어가 너무 익숙해져서 스스로에게조차 불만을 허락하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프로답게’ 스스로를 검열하기 시작합니다. 힘들다는 말을 삼키고, 부당함을 모른 척하며, 스스로에게 “이 정도쯤은 참을 수 있잖아”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타인이 아니라 내 안의 목소리조차 침묵하게 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게 ‘프로’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가장 조용한 자기 착취입니다.
‘프로’라는 말이 위험한 이유는 그 말 안에 권위가 있기 때문입니다. “너는 프로니까”라는 말은 무리한 요구도 정당화합니다. ‘프로답지 않다’는 평판을 피하기 위해, 더 많이 감내하고, 더 많이 침묵하게 됩니다. 조직은 그 말을 너무도 효과적으로 활용합니다. 말하지 않는 사람, 스스로 채찍질하는 사람을 가장 효율적인 사람으로 만듭니다.
하지만, 정말 프로페셔널이란 무엇일까요. 모든 일을 다 감당하는 사람일까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 저는 이제 다르게 생각합니다. 진짜 프로는, 팀과 일의 균형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온전함까지 함께 책임지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오래 일할 수 있습니다.
2025.05.03.
이 규 황
변호사 | 건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