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 일하고 있는 당신께
5월 1일, 근로자의 날입니다. 하루쯤은 아무 생각 없이 늦잠을 자고, 점심을 느긋하게 먹고, 카톡 알림이 울리지 않는 조용한 휴일을 보낼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문득, 당연히 쉬는 게 왜 이렇게 미안한 걸까요.
설계사무소를 다니던 시절, 5월 1일도 출근해서 마감 도면을 붙들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출근하라는 말은 없었지만, “오늘까지는 되어야 한다”는 말은 있었고, 자리를 비운 누구 대신 내가 도면을 넘기고 있었고, 그래도 조용한 사무실이 더 일하기 편하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던 날들이었습니다.
‘노동자의 날’이지만 정작 자신을 노동자라고 말해본 적조차 없는 사람들. 설계사무소의 일터는 그런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당연히 오늘도 나오셨죠?
건축설계는 ‘프로페셔널’의 세계라고들 말합니다. 사명감, 책임감, 작품성. 그 모든 말 뒤에는 장시간 노동과 자기희생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기대되는 구조가 있습니다. 밤 10시에 퇴근하면서 “그래도 이번엔 좀 일찍 끝났네요”라고 말하고, 주말에 팀장이 보내온 수정을 월요일 아침까지 반영해두는 게 당연한 책임감처럼 여겨지는 현실. ‘프로’라는 단어는 종종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지워버리는 포장지가 되곤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니까 쉽시다’라는 말은 누구도 입 밖에 내지 못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출근한 자리, 말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 노동은 있는데, 노동자라는 말은 사라진 공간입니다.
쉬는 것도, 권리입니다.
“이 정도로 힘든 건 당연한 거야.”
“다른 데는 더 해.”
“그래도 우리가 하는 일은 의미 있잖아.”
건축설계를 하면서,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입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견디는 게 능력’이라는 착각이 나를 갉아먹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무언가를 오래 한다고 해서, 반드시 자부심만 남는 건 아니었습니다.
쉬는 건 나약함이 아니라, 다시 일할 수 있는 사람으로 돌아오는 시간입니다.
오늘 하루, 도면을 덮고 고개를 들 수 있다면,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설계사무소의 늦은 밤 책상 앞에 있다면,
혹은 눈앞에 있는 CAD 창을 잠깐 닫고 이 페이지를 켰다면,
이 하루만큼은 쉬어도 괜찮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작업 폴더를 닫고, 커튼을 걷고, 잠깐 바람을 쐬고 오세요.
오늘이 아니면 하지 못할 쉼이 있다면,
그건 오늘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근로자에게는 쉼이 있어야 내일이 있습니다.
2025.05.01.
이 규 황
변호사 | 건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