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홀릭] 쉬면 불안한 사람들
주말 아침이 되면 알람 없이도 눈이 떠집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오늘은 뭘 해야 하지?”입니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만 할 일부터 떠오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인데, 그게 오히려 더 불안합니다. 쉬는 게 불편한 마음. 그 기분의 이름을 저는 한참 뒤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워커홀릭은 종종 성실함처럼 포장됩니다. 책임감이 강하고, 조직에 헌신적이며, 기대 이상으로 움직여 주는 사람. 하지만 그 모든 말은 “쉬지 않는 사람”을 미화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쉴 줄 모르는 이유는 단순히 습관이 아니라, 쉴 때 불안해지기 때문입니다. 일을 멈추면 쓸모가 사라질 것 같고, 연락을 받지 않으면 관계가 멀어질 것 같고, 멈춰 있는 동안 누군가는 앞서 나갈 것 같아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다시 일을 줍니다.
쉬는 법을 잊은 사람은 계획을 세워 쉼을 관리하려 합니다. 몇 시에 일어나서, 몇 시간은 독서하고, 운동하고, 틈틈이 자기계발까지 해야 비로소 “오늘은 잘 쉰 하루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건 쉼이 아니라, 휴식조차 성과로 증명하려는 태도입니다.
설계사무소에 있을 때, 저는 늘 뭔가를 하고 있어야 안심이 됐습니다. 프로젝트가 없으면 불안했고, 이메일함이 깨끗하면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의심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일을 만들고, 주말에도 도면을 열어보며, 마치 내가 없는 사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쉼을 미뤘습니다. 법무팀에 와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메일을 닫고 퇴근해도 다시 열어보고, 답이 늦어질까 봐, 누군가 나를 찾진 않았을까 싶어 그 불안함에 쉴 수가 없었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워커홀릭은 일을 좋아하는 성향이 아니라, 일을 멈췄을 때의 공허함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을. 그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저는 쉼을 연습해야 했습니다. 쉬는 데도 연습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엔 실패했고, 자주 흔들렸지만, 조금씩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군가 먼저 앞서가도 괜찮고, 오늘 하루를 아무것도 남기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연습.
쉬는 건 나약해서가 아닙니다. 회복에는 기술이 필요하고, 기술에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쉬는 건 자기관리가 아니라, 자기 존재를 인정하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당신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하루를 보내더라도, 그 하루는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2025.05.05.
이 규 황
변호사 | 건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