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감정] 건설감정의 기초적 이해
먼지 섞인 후끈한 공기를 마시며 도면대로 건물을 올리는 일에만 몰두하던 실무자라면, ‘법원’이나 ‘감정’이라는 단어만큼 낯설고 피하고 싶은 단어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책임자 위치로 올라서기 시작하면 의지와 상관없이 차가운 법률과 분쟁의 세계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건설 분쟁은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요구 조건이 얽혀 있어, 건설사업은 생태적으로 분쟁을 안고 태어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필연적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가장 먼저 마주하는 벽은 ‘감정(鑑定)‘이라는 단어가 가진 법적 정의와 그 성격입니다. 감정이란 법관의 지식과 경험을 보충하기 위해 특별한 학식과 경험을 가진 제3자의 판단을 보고하게 하는 증거방법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본질은 감정이 ‘인증(人證)’, 즉 사람을 통한 증거의 일종이라는 사실입니다. 소송 과정에서 감정서가 서면으로 제출되기 때문에 이를 서증(書證)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법리적으로는 엄연히 인증으로 취급됩니다. 또한 과거의 사실을 목격한 ‘증인’과 구별되는 지점도 오직 전문적 학식과 경험의 유무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소송이라는 냉혹한 전장으로 가기 전, 건설 분쟁이 발발하고 진화하는 단계 역시 놓쳐서는 안 될 축입니다. 분쟁은 계약 이행 과정에서의 불만인 클레임(Claim)을 시작으로 협상, 조정, 중재를 거쳐 최후의 수단인 소송 단계로 발전합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건설공사가 가진 특수성 네 가지, 즉 공정의 복잡성, 당사자의 다수성, 자재와 공법의 다양성, 그리고 공사 형태와 금액의 다양성입니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소송은 발주자의 전문지식 부족이나 시공사의 불명확한 계약 표기에서 싹을 틔웁니다. 도면이 불명확하고 내역이 미흡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착공했다가 중간 변경이 생기며 파국으로 치닫는 구조입니다. 그렇기에 감정인은 기술적인 물량만 계산하는 기술자로서가 아니라 분쟁을 야기한 진짜 원인과 소송의 쟁점을 능동적으로 파악하는 통섭적 역량을 갖추어야 하며, 이 부분이 감정인의 핵심 역량이 되는 것입니다.
실무자들이 가장 많이 혼동하고, 그만큼 유의해야 할 부분은 시공 현황에 따른 용어의 엄격한 구별입니다. 기성고 감정과 하자보수비 감정에서 쓰이는 용어는 법적, 기술적으로 완전히 분리되어야 합니다. **우선 설계도서대로 시공한 ‘기시공’과 어느 공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시공하지 않은 ‘미시공’**은 공사가 중단된 시점을 기준으로 철저히 분리되어 표기됩니다. 반면 하자의 영역으로 오면 개념이 미묘해집니다. 설계도에 있음에도 시공하지 않아 기능이나 안전에 지장을 준 ‘미시공하자’는 주로 사용승인 전에 발생합니다. 당초 설계와 다르게 시공한 ‘부실시공’이나, 적법한 절차 없이 저급 자재로 임의 무단 시공하여 품질을 떨어뜨린 ‘변경시공하자(오시공)‘는 당초 계약내역 대비 공사가 적법하게 변경된 ‘설계변경’과 반드시 구별하여 감정서에 담아내야 합니다. 이들의 법리적 차이를 정확히 꿰뚫고 있어야 실무에서 혼동을 일으키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 법정에서 재판부의 지정과 감정인 선서를 거쳐 현장 조사가 시작되면, 감정인은 법관의 대리인으로서 공정성과 통제권을 유지해야 합니다. 원고와 피고 측의 감정 대립이 극에 달할 때 사적으로 접촉하거나 접대,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됩니다. 감정 절차의 일정과 관련해서도 별도의 재판부 명령이 없는 한 소규모 감정은 3개월에서 6개월, 대규모 사건은 1년에서 2년까지 소요된다는 실무도 미리 인지하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소송의 혼란 속에서 재판부의 판단을 좌우하는 감정인은 결국 제3의 판사로서 기능하게 됩니다. 법을 모르는 엔지니어는 현장에서 흘린 땀방울의 가치를 법정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기술을 모르는 법률가는 복잡한 서류 속에 숨은 부실시공의 실체를 잡아내지 못합니다. 건설감정인의 조건으로 이토록 까다로운 자격과 절차적 공정성을 요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건축과 법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축을 명확히 이해하고 통섭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만이 비로소 복잡한 분쟁 현장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판가름할 수 있는 감정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026.06.19.
변호사 | 건축사
이 규 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