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찌르면 피가 납니다.
저는 원래 싸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언제나 나이에 맞지 않는 완장을 차고, 나이에 맞지 않는 멍에를 지고 미팅 테이블에 앉아 차분하고 단정한 표정을 유지하려 애쓰지만, 사실은, 아직도 타인과 날 선 대립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은, 아무리 긴 시간이 흘러도 결코 익숙해질 것 같지 않습니다. 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철가면을 쓰고 상대를 마주하는 그 매 순간이 저에게는 여전히 버겁고 낯선 일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변호사입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본질적으로 타인의 고통과 갈등의 한복판에 서서 누군가와 맞서지 않으면 안 되는 숙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적인 감정을 배제한 채 논리와 법리로 무장하여 상대의 주장을 무너뜨려야 하는 것이 제가 수행해야 할 전문적인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는 조직 내에서 지극히 잘못된 행동을 한 사례를 발견했습니다. 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저에게 주어진 역할과 의무에 따르며, 규정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며 엄정하게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다툼이 발생했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원칙대로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었지만, 날 선 작두를 타는 것 같은 시간 속에서 저의 내면은 결국 상처를 입었던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프로페셔널한’ 무표정을 유지했을지 모르나, 차가운 가면 안에서 제 마음까지 차갑지는 않았는지, 얼마간의 통증을 느꼈습니다.
문득 사람들은 왜 “자신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그 보편적이고 단순한 원칙을 외면하는 것인지 묻게 됩니다. 서로가 상대방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정직하게 행동하는 신의성실의 원칙 - 또는 정언명령 - 이야말로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현명한 태도임에도, 왜 현실에서는 그토록 쉽게 무너지는 것일까요. 그런 비상식적인 행동들이 정말로 자신에게 이롭고 현명한 선택이라고 믿는 것인지, 그 마음의 깊은 곳을 이해하기가 참으로 고통스럽습니다.
세상은 참으로 어렵고 복잡하며, 나의 의지나 정의감만으로는 도무지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정해진 교과서 안에서 정답을 찾아내고, 그저 공부만 잘하면 모든 인생의 경로가 순탄하게 풀릴 것만 같았던 그 명료하고 단순했던 시절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밤입니다.
2026.04.05.
변호사 | 건축사
이 규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