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오류] 하자담보책임과 손해배상청구, 무엇이 다른가?
이게 하자인가요, 아니면 손해배상 문제인가요?
건축주가 가장 자주 부딪히는 질문 중 하나는 이것입니다. 설계도면에 오류가 있어 공사비가 늘어나거나, 건물이 완공된 뒤 예상치 못한 하자가 드러났을 때, 법적으로 어떤 청구를 해야 하는지가 첫 번째 갈림길이 됩니다. 이름은 비슷해 보여도 하자담보책임과 손해배상청구는 그 요건과 효과가 크게 다릅니다.
먼저 하자담보책임은 민법 제667조 이하에서 정한 제도로, 완성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을 경우 건축주가 건축사(또는 시공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 제도의 특징은, 잘못이 있었는지 여부를 굳이 따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하자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책임의 출발점이 됩니다. 예컨대, 도면 오류로 인해 시공 후 건축물이 법규를 충족하지 못했다면, 설계자의 과실을 일일이 입증하지 않아도 하자담보책임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책임은 제척기간이 규정되어 있어, 통상 건축물 완공 후 1년, 구조안전과 같은 중대한 하자의 경우 10년까지 청구 가능하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합니다.
반면 손해배상청구는 민법 제390조(채무불이행)나 제750조(불법행위)를 근거로 합니다. 이 경우에는 단순히 하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건축사의 과실과 그로 인한 손해를 건축주가 입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구조 계산 오류로 인해 공사비가 수억 원 늘어났다면, 그 추가비용이 건축사의 과실로 발생했음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대신 손해배상청구에는 하자담보책임처럼 짧은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계약상 소멸시효(공사에 관한 채권은 3년, 일반 민사채권 10년) 안에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어떤 소멸시효기간을 적용하여야 할 것인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달리 평가되어야 할 것이기에, 법률 전문가와의 상담이 반드시 필요함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실무에서는 이 둘이 종종 혼용됩니다. 같은 사건에서 건축주는 동시에 하자담보책임과 손해배상을 함께 주장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준공 후 2년이 지나 외벽 누수 하자가 발견되었다면, 계약상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이 지나 버려 손해배상청구로만 다투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반대로 준공 직후 발견된 도면 오류라면 하자담보책임을 우선 주장하는 편이 입증 부담이 적고 유리할 수 있습니다.
건축주가 기억해야 할 핵심은 간단합니다. 하자담보책임은 ‘하자 존재’ 자체에 기대어 빠르게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고, 손해배상청구는 ‘설계자의 책임 있는 잘못’까지 입증해야 하지만 그만큼 기간이 넓고 보상 범위도 크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실제 분쟁 상황에서는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해 전략을 세워야 하고, 감정 절차에서 어떤 부분을 강조할지가 승패를 좌우합니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와 하자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집’이라는 삶의 기반 자체를 흔드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법은 건축주가 마땅히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다만 그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려면, 하자담보책임과 손해배상청구라는 두 개의 길이 어디서 갈라지고 어디서 다시 만나는지를 알아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이야말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오랫동안 안전하게 지켜낼 집을 완성하는 지혜일 것입니다.
2025.09.15.
변호사 | 건축사
이 규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