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오류] 설계도면에 오류가 있어 공사비가 늘어난 경우의 비용부담주체
추가 견적이 나왔는데요, 내역서 보내드립니다.
건축은 늘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막상 공사가 진행되다 보면, 도면과 현실이 맞지 않아 시공이 멈추거나 예상치 못한 비용이 추가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착오라 생각해 넘어가지만, 비용이 수천만 원 단위로 불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이 추가 비용을 내가 감당해야 하는가, 아니면 설계를 맡은 건축가가 책임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직면하게 됩니다.
법적으로 보았을 때, 설계도면에 오류가 있어 공사비가 늘어나는 경우 건축사는 원칙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합니다. 건축사법과 민법은 건축사가 의뢰인인 건축주에 대해 성실하고 정확하게 업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도면은 그 의무가 반영되어야 하는 핵심적인 성과품입니다. 만약 구조 계산이 잘못되었거나, 배관·전기·소방 등의 기본계획이 현저히 부실하여 공사 도중 대규모 변경이 불가피해진 경우, 이는 계약상 의무 위반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누구의 책임인가’를 가리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시공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인지, 설계 단계의 오류인지, 혹은 발주자의 지시 변경 때문인지 여부가 모두 뒤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설계도면에 난방배관 위치가 잘못 표기되어 전체 바닥 공사를 다시 해야 하는 경우라면 설계자의 설계오류로 인한 책임이 명백합니다. 그러나 발주자가 시공 중간에 요구사항을 바꾸어 구조 변경이 필요해진 경우라면, 그 비용은 건축주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 타당하겠지요.
건축주가 권리를 행사하려면 무엇보다 증거 확보가 중요합니다. 현장에서 오류가 발견되었을 때, 즉시 시공사로부터 ‘공사 중단 보고서’나 ‘변경 요청 공문’을 받아두어야 하며, 감리 건축사가 해당 상황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감리자가 설계자인 경우에는 다른 방법으로 증거를 남길 필요가 있겠지요. 또한, 설계 오류로 인해 추가 비용이 산정되었음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견적서와 사진 자료를 확보해야 추후 법적인 청구가 가능합니다.
만약 건축사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건축주에게 추가비용 부담을 전가하려 한다면, 건축주는 계약서와 수집된 기록을 근거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표준도급계약서나 표준설계계약서에는 건축사의 업무 범위와 책임 한계가 비교적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으므로, 해당 조항을 근거로 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비용 부담 전가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협의를 통해 일부 비용을 건축사 책임으로 조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민사소송을 통해 책임 여부를 다투게 됩니다.
결국 이 문제는 준비된 건축주만이 권리를 지켜낼 수 있는 영역입니다. 설계도면의 오류는 현장에서 발견된 후에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후에 소송으로만 해결하려 하면 시간과 비용 모두 큰 부담이 됩니다. 따라서 건축주는 초기 계약 단계에서 건축사의 업무 범위와 책임을 꼼꼼히 확인하고, 공사 중에는 감리와 시공사 보고 체계를 통해 문제를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건축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긴 여정이고, 그 과정에서 실수와 오류는 언제든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모든 부담을 건축주가 짊어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건축사에게 맡긴 업무에 대한 책임은 건축사가 원칙적으로 져야 하고, 건축주는 자신의 권리를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긴 시간 꿈꾸어온 집을 지켜내는 최소한의 방패일 것입니다.
2025.09.14.
변호사 | 건축사
이 규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