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안전특별법 발의안에 관한 짧은 의견(2)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사람들은 늘 비슷한 순서로 책임을 묻습니다. 시공사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감리는 왜 그것을 못 봤는지. 그러나 가장 먼저 그 일을 만들기로 결정한 사람, 가장 처음 그 구조를 설계한 사람, 즉 발주자에게는 좀처럼 책임의 화살이 향하지 않습니다.
「건설안전특별법안」은 그런 관행에 질문을 던지는 법안입니다. 발주자도 이제는 책임의 당사자라는 선언. 안전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반영하고, 감리를 지정하고, 설계부터 시공까지 안전을 염두에 두도록 시스템을 짜야 한다는 조항들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법안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은, 이렇게 하면 진짜로 발주자가 어떤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인지에 관한 의문이었습니다.
현실의 발주자는 절대 다수가 법인 등의 ‘조직’입니다. 그 조직 안에는 수많은 부서와 단계가 존재하고, 그 단계마다 책임은 분산됩니다. 누가 계획을 짰는지, 누가 예산을 책정했는지, 누가 감리를 선정했는지는 문서상으로만 존재합니다. 계약서에는 발주자의 이름이 찍혀 있지만, 실제로는 ‘책임질 수 없는 사람들’의 연쇄 속에 모든 것이 이행됩니다.
법은 발주자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만, 그 요구가 어떻게 실현될지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감리를 지정하라고는 하지만, 감리를 ‘지휘·감독’할 권한은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설계에 안전을 반영하라고 하지만, 설계자는 독립된 계약 상대방입니다.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라고는 하지만, 그 수립의 기술적 실체는 결국 시공사나 전문 기술자에게 넘어갑니다.
결국, 발주자의 책임은 조항으로는 존재하지만, 실행과 책임으로 연결되는 필수적인 구조는 누락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책임이 문서로만 존재할 때, 그것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로 귀결된다는 것을.
더 무서운 것은, 법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전가되는 방식입니다. “이제 발주자도 책임을 져야 하니 우리는 예산만 반영하겠습니다.” “감리는 지정했으니 이후는 감리 책임입니다.” 책임을 묻겠다는 법이, 오히려 면책의 근거로 작동할 수 있다는 역설. 바로 그 점이 이 법안이 갖는 가장 큰 구조적 한계입니다.
법은 책임의 방향을 바꾸려 합니다. 하지만 그 책임을 실현할 수단과 구조를 만들지 않는다면, 결국 말뿐인 책임이 되고 말 것입니다. 안전은 선언이 아니라 구조로 구현되어야 하며, 구조 없는 책임은 실무자에게만 무게로 전가됩니다.
책임은 적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건설현장의 현실은 그 책임이 늘 가장 말단에,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사람에게 집중되어 왔습니다. 시공사는 공정과 예산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감리자는 그 틈 사이에서 기록과 판단 사이를 오갑니다. 정작 그 모든 구조의 시작점에 있었던 사람, 예산을 결정하고 일정을 설정하며 도면의 방향을 좌우했던 ‘발주자’는 언제나 책임의 바깥에 서 있었습니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질적인 전권을 쥐고 구조를 설계하고, 종국적인 이익을 모두 취해 가게 될 자가 정말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에 관하여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건설안전특별법안」이 말하는 발주자의 책임은 그 질문에 대한 응답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아직 통과된 법이 아니고, 이 법 자체가 가진 헌법적, 구조적인 한계도 많아 충분한 고민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지만, 적어도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안전을 이야기하려면, 그 출발점이 어디였는지도 함께 바라보아야 합니다.
책임은 누군가에게 뒤늦게 덮어씌우는 짐이 아니라, 처음부터 나누어져야 하는 구조입니다. 사업의 방향과 자원을 통제하는 권한을 가진 자가 그 구조를 설계하고, 그 결과에 대해 일정한 책임을 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책임의 출발점이며, 제도가 다다라야 할 곳입니다.
2025.07.13.
변호사 | 건축사
이 규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