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술진흥법] 부실벌점, 어디까지가 정당한가

변호사 · 2025.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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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표 8] 건설공사 등의 벌점관리기준(제87조제5항 관련)(건설기술 진흥법 시행령) (4).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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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구조물에서 발생하는 균열 자체는 그것만으로는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구조적 기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 균열만을 가지고 감리자와 담당 책임기술인에게 부실벌점을 부과할 수가 있게 됩니다. 부실벌점부과처분에 뒤따르는 행정쟁송에서 다루어지는 쟁점은 단순히 ‘균열이 있었는가’가 아니라, 그 균열이 과연 ‘벌점 사유’에 해당하느냐는 문제가 됩니다. 이때에 법원에서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실무자는 도대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일까요?

- ‘보수가 필요한 경우’: 경미한 균열과 구조적 결함의 경계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벌점은 ‘보수·보강이 필요한 경우(경미한 보수·보강은 제외한다)’에만 부과됩니다. 그런데 보수, 보강, 경미한 보수·보강을 나누는 기준을 정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보수’는 내구성 회복을 위한 것이고, ‘보강’은 구조적 성능을 회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경미한 보수’는 단순히 기능 회복을 위한 조치를 뜻하며, 이는 벌점 부과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구조물의 기능을 해치지 않는 수준의 경미한 결함이었다면 벌점부과대상이 아닐 여지가 많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어느 정도의 허용 균열폭 이하의 미세한 균열은 콘크리트 구조물의 내구성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균열폭이 허용 균열폭 이상인 경우에 균열에 대한 보수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허용 균열폭 미만인 경우에도 그 발생한 균열이 장기적인 내구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또는 사용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경우에 보수를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말인즉슨, 원칙적으로 허용 균열폭에 미치지 못하는 균열은 보수가 필요치 않은 균열이라는 뜻입니다.

콘크리트 구조물에 흔히 적용되는 표면처리공법(도막 도포)이나 에폭시 주입공법(미세균열 주입보수)은 경미한 보수로 분류되며, 국토안전관리원 및 학계 매뉴얼에서도 구조적 결함과는 별개로 취급됩니다. 이러한 보수는 주로 미관이나 수밀성 유지 목적일 뿐, 구조적 안정성과 직접 관련된 개입은 아닙니다.

한편, 콘크리트는 내부에 수분을 포함하고 기온의 변화에 따라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등, 그 특성상 시공방법이나 관리와 무관하게 균열을 발생시키는 수많은 요인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콘크리트의 특성 때문에, 아무리 설계와 시공이 정확히 이루어졌고, 이에 대한 감리업무가 성실하게 수행되었더라도, 균열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균열이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 벌점울 부과한다면, 사실상 전국에 있는 모든 현장에서는 성실한 업무수행에도 불구하고 부실벌점이 부과되어야 한다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결국 그 균열이 구조적으로 의미 있는 하자인지, 그에 따른 조치가 단순 보수인지 구조적 보강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 ‘부실공사 또는 그 우려’

건설기술진흥법 제53조는 벌점 부과의 요건으로 ‘부실공사’ 또는 ‘부실공사의 우려’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벌점은 단순한 업무 미흡, 절차 누락, 기술적 오차만으로는 부과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공사의 안전성을 해쳤다’거나 ‘사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실질적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실무에서는 “정비가 필요하니 벌점”, “표준보다 안 좋으니 벌점” 같은 식의 넓은 해석이 반복됩니다. 이는 침익적 행정처분에 대한 과도한 확장해석이며, 법원에서도 자주 위법 판단이 내려집니다. 일부 사실관계에 비춘 정황만으로 ‘부실공사’라는 낙인을 찍는 것은, 법률상도, 실무상도 부당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무자는 반드시 다음을 확인하고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 해당 하자가 구조물의 안정성, 안전성,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 그에 대한 보수가 어떤 목적과 방식으로 시행되었는가

  • 이러한 사항이 설계 또는 시공 상의 결정과 어떤 관련을 갖고 있는가

이 기록들이 모이면, “그 일이 나의 책임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곧, 법정에서도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실무자는 기술자이지, 책임의 종착점이 아닙니다. 균열이 있다고 모두 하자가 되는 것도 아니며, 보수를 했다고 해서 모두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실무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합니다.

이 일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내 책임인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책임의 무게가 아니라 기준의 무게로 일하게 됩니다.

2025.07.11.

이 규 황

변호사 |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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