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마음 한편의 빈자리

수필 · 2025. 5. 9.

5월이 되면 거리에는 꽃이 피고, 사람들의 말투도 한층 부드러워집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그리고 가정의 달이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는 선물을 준비하고, 누군가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또 누군가는 오랜만에 가족과 식탁을 함께합니다. 계절의 따뜻함과 함께 사람 사이의 온기도 자연스레 떠오르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저에게 5월은 조금 불편하고 어색한 계절이기도 합니다.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쿡 하고 아파오는 듯한 기분,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분명 제게는 존재하는 감정입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그 시절은 마냥 따뜻하지 않았습니다. 무언가가 늘 부족했던 것 같은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정확히 무엇이 그 이유는지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에 와서 누군가를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 시절을 함께 살아간 어른들도 모두 나름의 고단함 속에서 최선을 다했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런 마음을 이해하게 될 만큼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보면 마음속 어딘가에는 늘 설명되지 않는 빈자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정한 말 한마디, 실수해도 괜찮다는 눈빛, 이유 없는 칭찬과 조건 없는 위로. 그런 것들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낯설기도 했습니다.

그 빈자리는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조금씩 채워졌습니다. 아내를 만나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조용히 곁을 지켜주는 사람, 말 없이도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때로는 아무 말 없이 건네는 과일 한 조각, 때로는 그냥 바라봐 주는 눈빛 하나가 마음을 덮어 주었습니다. 아내의 존재는, 제가 스스로 외면해왔던 결핍을 조금씩 들여다보게 했고, 다시는 채워지지 않을 것 같았던 자리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어쩌면 가족이라는 것은, 꼭 같은 피를 나눴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다정하게 채워주는 사이에서 비로소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아주 낯선 사람에게서, 나조차 알지 못했던 내 결핍이 따뜻하게 감싸지는 경험을 하기도 하니까요.

가끔은 생각해봅니다. 지금의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온기를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일까. 내가 받지 못했던 다정을, 이제는 내가 먼저 줄 수 있을까. 그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아마도 평생 동안 조금씩 답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오늘도 묻고, 스스로 대답해봅니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길 위에 서 있습니다.

5월은 여전히 복잡한 감정이 겹치는 계절입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 어색함 속에서도 조용한 따뜻함을 찾아가려 합니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을 다정하게 바라보며, 때로는 누군가의 빈자리에 살며시 손을 내밀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5.05.09.

이 규 황

변호사 |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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