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설계를 하는가(8)_면허대여의 판단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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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법(법률)(제18826호)(20220804).pdf
건축사법 제11조 제1항 제3호는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을 사용하여 건축사업무를 수행하게 하거나 자격증을 빌려준 경우” 건축사 자격을 취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위 제3호는 건축사의 면허대여에 해당하여, 건축사법이 제정된 이래 현재까지 계속하여 금지되어 있습니다. 건축사자격을 위법하게 대여하면 건축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음은 물론이고, 현재 건축사법 제39조의2에 따르면 건축사의 명의대여행위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율하고 있습니다.
건축사라는 전문자격증을 운영하여 건축물의 질적 향상과 함께 건축물과 관련된 국민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건축사법의 제도적 취지에 비추어 건축사의 명의대여를 금지하는 것은 당연하고, 많은 분야의 전문자격증 제도의 운영 취지와도 같은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면허대여행위의 판단기준에 관하여 법원은 다소 상식과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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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78누210.pdf
건축사 면허증의 대여 또는 부당행사란 면허증 자체를 타인에게 대여하거나 이를 본래의 용도 외에 부당하게 행사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스스로 건축설계사무소를 차리고 설계업을 영위하는 건축사가 건축사 아닌 자가 작성한 설계도에 자신의 명의를 기재하고 서명 날인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 1797.9.25. 선고 78누210판결 [건축사면허취소처분취소]
위 78누210판결은 건축사가 건축사사무소를 차려 설계업을 영위하던 중, 직원(비건축사)들이 수임해 오는 설계업무를 수행하면서 직원(비건축사)이 작성한 설계도면에 건축사가 자신의 명의를 표기하여 서명 날인하더라도 건축사 면허증의 대여 또는 부당행사가 아니라고 판시한 판결입니다.
1979년 선고된 위 판결이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건축설계업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판결이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연구가 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위 판결에 관하여는 앞으로 더 깊은 검토와 비평이 필요해 보이며, 저 또한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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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97도60.pdf
구 건축사법이 금지하고 있는 ‘면허증 대여’라 함은 타인이 그 면허증을 이용하여 건축사로 행세하면서 건축물의 설계 및 공사감리의 업무를 행하려는 것을 알면서도 면허증 자체를 빌려주는 것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대법원 1997.5.16. 선고 97도60 판결 [뇌물공여·건축사법위반]
위 판결은 건축사의 면허대여행위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하여 대법원에서 면허대여의 기준을 판시한 판결이고, 현재까지도 건축사 면허대여행위에 관한 Leading Case로 자리잡고 있는 판결로 보입니다.
원심판결의 사실인정에 의하면, 피고인1과 피고인2(건축사)는 피고인1이 피고인2에게 매월 건축사 면허 대여료조로 매월 4,000,000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피고인2의 건축사면허를 대여받아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도록 공모하였고, 위 사정을 숨긴 채 건축사사무소 등록을 받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취지로 위 사실관계가 면허대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만일 건축사가 무자격자인 제3자가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그 건축사 명의로 건축사사무소의 등록신고를 하는 데에 자신의 면허증을 이용하도록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등록 후 건축사 자신이 그 건축사사무소에서 건축물의 설계 및 공사감리 등의 업무를 계속 수행하여 왔으며 무자격자가 건축사의 업무를 수행한 바 없다면, 면허증을 대여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대법원은 ‘건축사 자신’이 건축물의 설계 및 공사감리 등의 업무를 계속 수행하여 왔다면 면허대여가 아니라는 취지의 판시를 하며, 피고인1이 건축사보로서의 보조행위를 넘어서 직접 자신의 책임하에 건축사업무를 수행한 바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심리하지 아니한 채 단지 피고인1이 피고인2의 면허증을 이용하여 그의 명의로 건축사사무소 등록을 하도록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면허대여에 해당한다고 한 판단에는 위법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위 각 판결들에 의하면, 건축사가 직원으로 소속되어 있는 건축사보의 자금 지원을 받아 건축사사무소를 자신의 명의로 개설하도록 하고, 그 건축사보가 직접 자신의 책임하에 건축사업무(설계 및 공사감리 등)을 수행하도록 하였다면 명의대여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법원은, 건축사가 자신의 사무소를 개설해 놓고, 모든 설계용역을 사무장(건축사보)가 수주하며, 실제 설계도서도 사무장이 작성을 하며, 건축사는 단지 세움터 등에 자신의 명의로 건축설계도서를 제출할 뿐,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으며 사무실의 모든 수입과 지출도 사무장이 관리하는 한편, 건축사는 매달 명의대여의 대가로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는 형태의 설계사무소 운영을 명의대여로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2024년 현재 건축사보가 이 정도로 ‘자신의 책임하’에 건축사업무를 보는 경우가 몇이나 있을까요? 법원이 판단하는 명의대여의 사례가 실무에서 관찰되지 않는다면, 단순히 건축사의 명의대여가 일어나지 않고 있으므로 안심하면 되는 것일까요? 건축물이 불러올 수 있는 여러 가지 형태의 도시적 규모의 재해는 과연 명의를 대여한 건축사보가 직접 책임질 수 있는 범위에서만 일어나는 것일까요?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전문직으로서의 건축사의 업무는 더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하고, 건축사 면허대여 역시 판례가 제시하는 기준에서 벗어나 더 엄격하게 단속되어야 합니다.
오히려, 직접적으로 국민의 생명을 관리하는 의사의 의료행위보다 더 엄격하게 건축사의 설계와 감리업무를 규율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오염되어 있는 건축사사무소의 운영 형태를 정상화시켜야 하겠습니다.
이 규 황
한국 변호사 | 한국 건축사
2024.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