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의 저작권에 관한 짧은 이야기(3)
저작권과 소유권은 별개의 권리라는 점은 전에 말씀드렸습니다. 저작권과 소유권은 보호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소유권과 저작권의 귀속주체도 별도로 판단하여야 하겠습니다. 저작권법 제35조도 이를 전제로 규정된 것으로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작권은 유보한 채 소유권만 양도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소유권만 이전받은 자는 저작물을 복제, 공연, 전시, 배포하는 등 이용하기 위하여 별도로 저작재산권을 이전받거나 사용허락을 받아야만 합니다. 단,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작인격권은 그 성질상 이전하거나 사용허락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계약서의 내용에 저작재산권의 사용허락에 관하여 정하였다면 계약의 내용에 따르면 됩니다. 국가계약이나 지방계약의 경우에는 저작(재산)권을 공동보유한다는 특약을 넣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한 공동보유도 허용되는 형태의 약정입니다. 국가계약에서조차도 원칙을 우회하는 이러한 관행이 형성된 상황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에 관하여는 추후에 상세히 말씀드릴 기회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모든 설계용역계약에 저작권의 귀속에 관한 사항을 정하지는 않지요. 저작권에 관하여 설계용역계약상 아무런 약정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발주자가 설계도서에 관한 아무런 사용권한을 가지지 못한다고 한다면, 그 또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설계용역계약에 따라 설계도서가 작성되고 계약에 따라 발주자에게 제공되었다면, 발주자가 설계도서에 따라 건축공사를 진행하는 등 계약의 목적에 합치되는 범위에서 이용권한을 부여받은 것으로 봅니다. 상식적으로 상관례에 맞게 해석하자면, 별다른 약정이 없는 경우 발주자는 제공받은 설계도서의 내용대로 건축물을 건축학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설계도서를 사용할 수 있지만 임의로 제3자에게 배포하거나 그것을 변형하여 2차적저작물을 작성해서는 안되겠지요.
서울고등법원 2015나2016239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시합니다.
“저작권법은 설계도서와 건축물을 모두 건축저작물로 분류하고(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5호) 설계도서에 따라 건축물을 시공하는 것도 설계도서의 ‘복제’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같은 법 제2조 제22호), 이를 종합하면, 건축주가 설계도서에 따라 건축물을 시공하는 것은 설계도서의 저작자인 설계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아 설계도서를 복제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므로, 건축물의 저작자 역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축주가 아니라 그 설계자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골프코스가 최초 설계자가 작성한 설계도를 단순히 복제한 것인지 아니면 설계도를 변형하여 창작된 2차적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 전체적인 모습과 배치는 별다른 차이가 없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와 같은 차이는 최초 설계도에 다소의 수정,증감을 가한 것에 불과하고 … 창작성이 부가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 위 골프코스에 관한 저작권은 골프코스의 설계자 또는 그로부터 저작권을 양수한 자가 보유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대법원 2004다18736판결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저작권법 제5조 제1항 소정의 2차적저작물로 보호받기 위하여는 원저작물을 기초로 하되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고 이것에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수정.증감을 가하여 새로운 창작성을 부가하여야 하는 , … 2차적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원저작물에 새롭게 부가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8도29판결은 설계도서의 기능성과 창작성을 구분하는 법리를 아래와 같이 설시합니다.
”… 이와 같은 도형저작물은 예술성의 표현보다는 기능이나 실용적인 사상이 속하는 분야에서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규격 또는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이해의 편의성 등에 의하여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어떤 아파트의 평면도나 아파트 단지의 배치도와 같은 기능적 저작물에 있어서 구 저작권법은 그 기능적 저작물이 담고 있는 기술사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능적 저작물의 창작성 있는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설령 동일한 아파트나 아파트 단지의 평면도나 배치도가 작성자에 따라 정확하게 동일하지 아니하고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그러한 기능적 저작물의 창작성을 인정할 수는 없고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는지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 평면도 및 배치도는 … 일부 표현방식이 독특하게 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이미 존재하는 아파트 평면도 및 배치도 형식을 다소 변용한 것에 불과한 것 … 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
이해를 돕기 위하여 위 판결들은 첨부파일로 전문을 첨부하여 드립니다.
저작권과 소유권은 별개의 권리임을 항상 기억하시고 계약이나 협의에 임하셔야 하며 납품 시에도 주의하셔야 합니다. 계약에 의해 저작물과 저작재산권을 모두 이전해 버린 뒤에는, 발주자가 기본설계 단계 등에서 임의로 계약을 해지하고 저렴한 업체를 다시 선정하면서 여러분의 기본설계를 이용하여 실시설계 및 본 공사를 진행하더라도 그러한 저작권 침해를 구제받기는 아주 어렵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음 글에 계속)
2023.06.06.
변호사 이규황
첨부파일
서울고등법원_2015나2016239.pdf
첨부파일
판례_2004다18736.pdf
첨부파일
판례_2008도29.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