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의 저작권에 관한 짧은 이야기(2)

변호사 · 2023. 6. 5.

설계자는 저작자이므로, 저작물인 설계도서에 관한 저작권을 가지게 됩니다. 저작권은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으로 나누어집니다. 이번 글에는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의 성질에 관하여 짧게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작인격권은 저작권법 제11조 내지 제13조에 따른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으로 구성됩니다.

  • 공표권: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을 공표하거나 공표하지 아니할 권리
  • 성명표시권: 저적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저작자의 성명을 표시하거나, 표시하지 아니할 권리
  • 동일성유지권: 자신의 저작물의 내용 등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

저작권법 제14조는 저작인격권이 ‘일신에 전속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신에 전속한다 함은 그 권리를 양도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뒤에 말씀드리겠지만, 저작권중 저작재산권은 민사계약에 따라 양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작인격권은 당사자가 양도하고자 하여도 양도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위에 나열한 저작인격권의 성질에 비추어 보면 당연한 결론이기도 합니다. 저작물이 상거래에 제공되거나 사회에 공개된 경우에는 저작자가 ‘공표권’을 행사한 것이어서 그 뒤의 문제는 공표권 그 자체에 관한 문제가 아니고 저작재산권에 관한 문제이겠지요. 또한, 저작자가 ‘성명표시권’을 양도한다는 것은 ‘저작자 자신이 그것을 창작하였다’는 저작물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어서 역시 성질상 허용될 수가 없습니다. ‘동일성유지권’은 그 보호범위가 이름처럼 넓지는 않습니다. 창작된 저작물을 타인이 변형할 수 없지만, 저작물의 본질적인 내용을 변경시키지 않는 (예를 들어)건축물의 증축, 개축 등은 허용된다고 해석됩니다(저작권법 제13조 제2항).

저작인격권은 설계자가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므로, ‘저작권 일체를 양도한다’는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저작인격권은 설계자가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다만, 계약서에 ‘설계자가 저작인격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한다’는 약정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설계자는 위 저작인격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계자가 성명표시권 등을 행사하게 된다면 계약 위반으로 인한 책임을 지게 되겠지요. 저작인격권의 일신전속성을 우회하는 위와 같은 방법이 종종 사용되고는 하므로, 계약 체결 시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나의 설계도임’을 표시해서는 안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저작재산권에 관하여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작재산권은 계약에 의하여 양도될 수 있으며 일반적인 거래의 객체가 될 수 있으면서도 그 실체가 없고 추상적인 권리이므로, 다양한 법적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통상 상거래에서 IP라고 하면 국내법상의 ‘산업재산권’ 및 ‘저작재산권’을 의미한다고 보셔도 됩니다. 저작인격권은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기에, 상거래의 대상이 되는 권리가 주로 쟁점이 되고는 합니다.

저작재산권은 저작권법 제16조 내지 제22조에 따라 ‘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2차적저작물작성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작재산권의 각 항목에 대하여 설명하면 글이 아주 많이 길어질 것이어서 자세한 설명은 추후에 기회가 되면 더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각각의 의미는 심층적으로 분석되어야 하겠지만, 대체적으로 각각의 명칭에 상응하는 권리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저작재산권은 일신전속성이 없으므로 자유롭게 양도하거나 처분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재산권(금전, 동산, 부동산 등)의 법리에 의하여 거래가 가능한 점에서 위에서 본 저작인격권과는 성질이 다릅니다. 그러므로 계약의 이행 과정에서 저작재산권이 새로이 발생한다면, 그 저작재산권의 귀속주체를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당사자들이 아무런 약정을 하지 않는다면 저작재산권은 당연히 저작자가 가지게 되겠지만, 계약의 내용에 따라 발주자가 저작재산권을 가진다고 약정해 버린다면 그 또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계약으로 유효하게 되는 것입니다.

발주자가 완성된 설계도서를 납품받고 그 소유권을 가지게 되는 것은 일반 상거래상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설계도서의 소유권을 가진다고 당연히 저작재산권도 양도받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저작권과 소유권은 엄연히 다른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글로 계속됩니다)

2023.06.05.

변호사 이규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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